오디오를 시작하면서 그의 글을 한번쯤 안 읽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디오 관한
체계적인 자료나 커리큘럼이 부재한 현실에서 그의 글과 오디오 연감 및 안내서는 적잖은 길잡이가 되어 준다.
삼성동에 있는 그의 연구실인 오디오정보문화연구소를 찾아갔다.
2004~5년 오디오연감을 막 탈고한 시점이라 자신감과 여유가 보이는, 인터뷰 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이였다.
Q)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A) 2004~5년판 오디오연감
내용을 다 끝내고 인쇄를 앞두고 있다. 이번에는 내가 기술 자문으로 있는 주성대학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수월하게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달 15일경에 나올 예정이다. 그 동안 신제품이 많이 나와 신제품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구제품과 적절히
구성하였다. 가격제시 부분에서 현지 가격 기준으로 제시하려니 한국 딜러들의 입장도 무시 못하여 어려웠지만 될 수 있는
한 유저 입장에서 기준을 잡았다. 아직까지도 업계지원은 미비하나 많은 분들이 자료 보내주셔서 잘 진행되었다.
Q) 선생님께서 오디오를 시작하셨을 땐 사회적으로 어려운 시기였는데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A) 8.15 직후 광석라디오에서
시작하여 6.25 동란 있었던 중학생 시절부터 음악을 듣기 시작하여 아마츄어 햄을 하게 되었고 그리곤 세월이 자연스럽게
이렇게 흘러왔다. 오디오와 동고동락한지 40여년이 훌쩍 지난 셈이다.
지나고 보면 수입개방 이전 7,80년대 중반까지 밀수와 PX로 통해 들어온 기기들을 어렵게 구할려고 했던 그 시절이
더 좋았던 것 같고, 80년대 후반부터 90년 대 중반까지 오디오가 호황인 시절에 수입업체와 샵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한 때 극동지역이 영국오디오를 살렸다는 후문이 전할 정도였으니 대단한 번성기였던 셈이다. 80년대 후반까지 오디오
좀 한다는 집엔 죄다 JBL이나 마란츠였으니…
요즘은 웬만한 오디오 기기들이 중국에서 생산되는 걸 보면서 중국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스피커 경우 다른 나라에서는
환경오염등의 이유로 칠을 3번 정도하지만 중국에선 7번을 하니 제품 마감이나 어디를 봐도 4, 5년 전의 제품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지나고 보니 음악 좋아하는 사람이 오디오에 취미를 가져 그걸 업으로 삼으면 결과적으로
돈이 안된다. 취미생활과는 엄격하게 분리를 하는 게 현명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 정도 열정으로 다른 사업을
했다면 꽤나 돈 벌었을 것이다. ^^
Q) 세계 유수의 메이커들을 다 가보셨는데 그 중 기술적으로나 마케팅
면에서 뛰어난 외국메이커를 꼽는다면?
A) 80년대 말 탄노이가 일본으로
넘어가고, JBL사 등 사운드는 남고 마케팅에 실패한 기업들을 보면서 사운드 만으로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관심을
갖고 보는 메이커는 부부가 운영하는 윌슨오디오, 제프 롤랜드, 맥켄토시, 하베스, 아발론, JM 랩, VPI 등의
메이커 들이다. 대부분 중소기업 수준이지만 제품에 자기 색깔을 불어넣는 메이커들이다.
Q) 국내 메이커는 어떻게 보시는지?
A) SIS, 오디오 필, 카시오페아,
마샬 전자, 샤콘느 등 어려운 가운데 자신의 개성을 제품에 심으려고 하는 메이커들이 많다. 알다시피 오디오는 대기업이
할만한 사업이 아니다. 대기업에선 이윤이 안 남는 사업을 그렇게 진흙탕에서 연꽃 피우는 맘으로 오디오를 할 수가 없다.
에어프릴 뮤직을 보면 해외 하이엔드 시장에 도전하여 내부 설계 등을 인정받고 있지 않은가? 대부분 국내제작자들이 이윤보다는
자신의 꿈, 열정으로 한국오디오계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본다.
Q) 국내 제작되는 제품은 소비자가 좋아하는 색깔을 입히기 보다는 소비자를
가르치려는 또는 압도하려는 아집을 보인다. 자신의 취향에 맞으면 따라 오라는 식의…
A) 물론 그런 부분은 나도 인정한다.
엔지니어의 아집이라고 본다.
나는 한 제품을 리뷰할 때 다른 기기와의 비청을 원하는 데 국내제작자들이 그걸 배타시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한 예로
어느 국내제작사가 스피커를 만들어 와서 테스트를 원했다. 5대의 스피커를 두고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하여 그 제품이
젤 낮은 점수가 나와 재작업에 들어 간 적이 있었다. 당당하게 경쟁력을 가져야 하고 보편타당한 소리에 근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설계나 도면을 공개하는 것을 너무 배타시 하는 점도 지양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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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머리 식히고자 JVC 우드 콘지로 된 스피커를 들어봤다.
덩치도 작은 게 제법 당찬 소리를 내어주었다.
Q) 리뷰 할 때 어떤 기준으로 하시는지?
A) 일단
제품 테스트 기간을 보름 이상 주지 않으면 리뷰를 안한다. 기기가 들어오면 일단 기술적 검토를
먼저 한다. 제품 내부를 보고 싶으나 워낙 오픈하는 걸 싫어하니…^^
예를 들어 스피커가 들어오면 여기에 맞는 앰프를 골라 테스트를 해보는 것이다.
요즘 나오는 리뷰들을 보면 자신이 갖고 있는 앰프 한 대만으로 리뷰를 하는 데 그건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리스닝 룸 환경도 고려되어야 하고, 기기의 장점 또는 단점 보다는 매칭 중심으로 리뷰가
나와줬으면 좋겠다. 전부 좋다고들 하니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아쉬운 현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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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중고제품의 바람직한 유통은 어떤 형태가 좋을지?
A) 내가 좋아서 사는 제품을 사면서
판다는 생각까지 하는 것은 좀 그렇다. 간단하게 샵과 유저간의 신사협정 형태가 가장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
Q) 향후 오디오 시장이 어떤 형태를 갖고 어떻게 풀어나갔으면 좋겠는가?
A) 국내메이커들은 다소 위축될 것이고
반면, 외국제품들은 브랜드 가치에다 잘 만든 제품들은 항상 가치를 가질 것이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시장이 형성될 것이고 이건 유저들의 평가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브랜드 이미지와 성능이 조화되었을 때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라고 본다.
Q) 국내 오디오 샵에 대해 한 말씀
A) 오디오 샵 직원들이 오디오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적인 베이스가 너무 빈약하다. 조금만 노력하면 되는 일인데…
그간 샵이 오디오의 조언자 역할보다는 샵 위주의 제품으로 푸시를 많이 해온 것같다. 이렇게
되면 결국 소비자가 손해가 아닌가. 그렇다보니 못 믿겠다는 풍조가 만연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리스닝 룸을 갖춰야 한다는 것! 외국 메이커 사 사장들과 용산을 나간 적이 있었는데 그들이 한결같이
“ 어떻게 리스닝룸이 하나도 없느냐? 저 비싼 걸 듣지도 않고 어떻게 사 가느냐? 수 십 가지 스피커 들 속에서 소리
선별이 가능하냐?” 등
리스닝 룸 조건이 안된다면 유저들에게 일주일만이라도 기기를 빌려주어 매칭 등을 충분히 검토한 뒤에 구입하게 하는 그런
배려라도 해야 한다. 물론 우리 현실이 워낙 노 오픈, 노 오픈하는 실정이니 어렵겠지만 그것도 그간 샵이 불신을 많이
심어줬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엔 샵의 리스닝 룸에서 에이징 한 것은 제품의 1~5%까지 에이징 페이를 따로 지불하는
구조이다.
Q) 유저들에게도 한 말씀
A) 오디오 제품에 대한 기초지식이
있어야 한다. 무조건 기능만 많고 출력만 센 게 좋은 줄 아는 것도 문제고 항상 제품을 선택할 땐 자신이 즐겨듣는
음반을 들고 가서 들어보고 본인이 좋아하는 소리인지 잡아 낼 줄 아는 능력 정도는 기본적으로 있어야 할 것 아닌가?
Q) 시스템을 구성할 때 선생님은 어떤 비중을 두시는 지?
A) 간단하게 말하면 앰프 30%,
소스 30%, 스피커 40% 비중을 두며, 분리형으로 갈 때 프리앰프를 먼저 정한다. 소리의 70%가 프리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며 그 다음은 스피커, 소스 순으로.
Q) 그간 들어본 기기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기기는?
A) 앰프는 프리앰프인데 크라인,
시디피는 스텔로 제품을 지금 사용하고 있는 데 맘에 든다. 스피커는 유토피아
Q) 오디오 하면서 행복하셨는지?
A) 70년대 ‘레코드와 음악’
잡지에 기고를 시작으로 책과 방송 등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이 분야에 최고가 되기 위해선 공부를 해야하고 현장을
직접 가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80년 대 들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전세계 80여개국을 40년간 다닌 셈이다.
지금까지 모아둔 여권이 80개다. 초기에 삼성전자 지원도 많이 받았으며, 그간 책을 써 낸 게 16권인데 20권까지
내고 은퇴할 생각이다. 주성대학 음향기기과에 이영동 자료실이라고 따로 자료실을 마련해 놓았다. 내 개인적으로는 행복했지만
집사람을 포함 가족들을 위해선 해놓은 것이 없다. 왕십리 집이 40년째 살고 있는 그대로이고 자식들은 출가하고 어머니와
집사람 세식구만 살고 있다.
Q) 마지막으로 한국 오디오사에 꼭 하시고 싶은 일은?
A) 음악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며
없어지면 안되는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국내엔지니들이 살아 남는 한 우리의 오디오 문화는 발전할 것라고 본다. 요즘
추세인 영상도 오디오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간 내가 모은 그 방대한 자료들을 문화공간 같은 곳을 마련하여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나아가 오디오 수입사든
샵이든 이제 자신의 몫을 챙기려는 것보다는 사회에 환원할 기여도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명실공히 ‘오디오 문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유저와 샵이 음악을 통해 대를 이어가는 그런 오디오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많은 시간 할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업실 풍경, 2004년 연감은 이 아리따운
낭자들 손을 거쳐서 나온다^^ |
인터뷰를 마치고
처음 오디오를 시작할 때, 길라잡이식의 책이 있었으면 했다. 선배들의 조언으로
몇 권을 책을 보게 되었고 그 중 옛날 잡지에 기고된 이영동 선생의 오디오 백년사와 해외 장인들, 메이커 소개글을
보면서 언제가 기회가 되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었다.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에 한 우물을 판다는 건 웬만한 열정과 자기와의 싸움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지금이야 넘쳐나는
기기들과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어쩌면 너무 편하게 오디오를 하기 때문에 되려 오디오에 대한 열정이 쉽게 식어지고
돈 가치로 환산하는 우를 범하는 건 아닐 까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인 취미로서의 오디오가 건강한 문화로 자리잡는 데는 이영동 선생처럼 한국 오디오사에 원로들의 열정이 밑거름이 되어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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