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사는 오디오쟁이의 꿈은 한적한 시골에 자기만의 리스닝 룸을 갖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아래웃집 눈치 안보면서 볼륨을 2시 방향까지 돌려 속이 뻥 뚫리게 음악을 맘껏 들어보는 일 인데 …그런 꿈을 이룬 행복한 남자가 있다. 서울에서 두 세시간여 떨어진 깊은 계곡에 오래 전 꿈을 이룬 그 곳을 그는 夢現堂이라고 지었다 .
처음 그 곳에 가서 언뜻 돌아봤을 땐 소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만든 오디오 공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선입견이였다. 몽현당 구석구석을 돌아보니 돈으로 치장한 별장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음악은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울 수 있지만, 사람냄새와 어우러지게 음악의 결이 흐르게 하게까지는 주인장의 손길이 구석구석 닿지 않으면 그냥 사물에 지나지 않는다.
돈으로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는 셈이다. 그는 만 3 년 동안 주말이면 이 곳으로 와, 흙빛 고무신에다 허름한 일복으로 갈아입고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나무도 심고 밭도 일구고 LP 판 손질에다 1 박 2일간 즐거운 노동 속에서 자신의 감성을 회복시키고 있다. 그는 몽현당을 자신만의 독점공간으로 두지 않고 주말이면 클래식동호인 등 자연과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초대하여 한껏 음악과 자연을 즐길 수 있게 소박한 저녁을 준비해 준다. 초대 받은 이들은 그가 만들어주는 서툰 요리에, 들려주는 음악에 취해 밤을 지새다 아침이면 같이 밭도 일구기도 하고 잡초 뽑기도 하면서 넉넉한 몽현당에서 자신을 푹 담궜다가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 라고 오디오쟁이들의 통과의례인 바꿈질의 역사가 비켜 갈 리가 없다. 십 수년 간 이어져 왔지만, 요즘 그는 더 이상 바꿈질에 쏟아 부은 에너지를 음반에 정성을 쏟기로 전환하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부쩍 LP 음반 구하는 일에 품파는 일이 많아졌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LP 가 들려주는 푸근한 음색이 좋다며, 어렵게 구한 낡은 LP 들을 분류하는 그의 표정이 더없이 행복해 보인다.
몽현당 리스닝 룸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LP 음반들과 알텍 817 대형스피커가 떡 허니 버티고 있다. 부루벡의 TAKE FIVE 을 볼륨을 12시 방향까지 올렸다. 속이 뻥 뚫린다. 드럼 소리는 내 가슴을 치며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린다. 이왕 내친 김에 타악기 연주음반인 “푸리” 를 올렸더니 타악기 가죽의 팽팽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음악 속에 내가 묻혀 내가 보이지 않는 순간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한적한 곳에서 자기만의 리스닝 룸을 갖고 싶어하지만 웬만하게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면 그걸 지켜 내기가 쉽지 않다는 걸 몽현당은 보여준다 .
주인장의 넉넉한 인성이 그대로 스며있는 몽현당을 나오면서, 모든 사물은 주인을 잘 만나야 하고 그것의 참 주인이 되기 위해선 부지런한 손발이 기본이라는 걸 새삼 깨우치게 되었다. (글/김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