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이 좋다.
온라인이라면 사람 냄새를 맡지 못할 텐데
오프라인이라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내가 누군지, 상대방이 뭘 좋아하시는지
서로가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으니 좋다.
손님이 오셨다.
손님은 홈시어터를 하시고 싶어 하신다.
손님이 오시면 무얼 원하시는지 알 수는 없지만
대화를 하다보면 가려운 곳을 알게 된다.
손님들이 오시면 영화를 많이 보시는지 음악을 많이
들으시는지 여쭈어본다. 남들이 많이 하는 것이 홈시어터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영화이다 보니 홈시어터를
더 많이 말씀하시지만 사용빈도를 알아보면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더 많다.
그렇게 여쭤보고는 영화용, 음악용을 구분하여 권해 드린다.
오신 손님은 전에 들으시던 오디오가 있지만
잘 듣지 않게 되었고 영화를 보면서 즐기시려고 하신다.
이 분은 영화용 오디오가 적당한 것 같다.
이러저러한 얘기를 나누다가 집이 같은 단지인 걸
알게 되었다. 금강홈피에 홈시어터를 설치한 집을 보여드리고
그 집을 구경시켜드리겠다고 했다. 그 집은 아이들과
마누라가 살고 있고 내가 그 집에서 판돌이를 하는 집이다.ㅎㅎ
손님과 약속을 하고선 집에서 만났다.
좀 자극적인 소리가 나는 영화를 보여드려야 하나
그런 판이 없어서 그냥 대략 구경시켜 드렸다.
영화를 보면서 한참 대화를 나눴다.
세련되지 못한 촌놈 말투에 고향이 어데냐고
어쭙길래 말씀을 드렸더니 동네까지 물으신다.
아마도.........같은 고향이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같은 고향이라고 하신다.
외국에서 한국사람 만나면 반갑듯이
타지에서 고향 사람 만나면 또한 반갑다.
알고 보니 나의 두 형님 중학교 선배님 되신다.
그러면 나에게도 선배님? 당연히 그렇다. 반갑다.
장사를 잘 해야 하는 속마음도 있지만
이 규태 선생님의 '한국인의 의식구조'에서
한 말씀을 빌리자면 '內意識'이라고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일이 이쯤 되니 이젠 선배님은 코가 끼었다.
다른 데서 사신다면.........상상이 안간다.ㅎㅎㅎ
견적서를 팩스로 보내드렸다.
코가 끼긴 나도 마찬가지다.
선배님이라 보다 싼 값에, 보다 좋은 제품에
보다 잘 설치해야 하는 중압감의 코가 끼었다.
예산보다 높은 제품을 견적서로 보내드렸다.
가격에다 물건을 맞추면 서로가 서로에게 낀 코의
의미가 없어진다. 금액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제품이라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그게 서로가 낀
코가 되는 것이다.
선배님은 후배를 믿으시는 것 같다.
다른 데 알아보시지도 않으신 것 같다.
더욱 걱정이 되는 대목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는 것이
무방비 상태에서 찍히는 것이라 더욱 아프다.
그래서 최대한 잘 꾸며 보았다.
날짜를 잡고 설치를 하기로 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설치전문가를 보내드렸다.
내 아무리 잘 해드려도 전문가만 못하니
남의 힘을 빌려야 할 때는 빌리는 것이 옳다.
대여섯 시간을 설치한 모양이다.
저녁 퇴근 후에 찾았을 때 설치하시는
분들보다 지켜보신 선배님이 더 지쳐 보인다.
그래도 깨끗하게 잘 끝나서 보기가 좋다.
한 번의 고충이 낫지 잘못된 거 수정이 더 어렵다.
다 끝나니 형수님(아직은 낯 설은 단어임)께서
맛있는 저녁을 준비하셨다. 우와!!!!!!
난 한 일이 없는데 먹을 자격이 있나?
그래도 같이 먹었다. 청소라도 좀 도왔으니. ㅎㅎ
다음날 선배님이 나오셨다.
몇 장 사드린 디스크 중에 ‘피아니스트’라는 영화를
말씀하신다. 여운이 있는 영화라고 하신다.
그리고 또 여러 타이틀을 사셨다. 같이 골라봤다.
찰리 채프린의 ‘Modern Times'도 골라 드렸다.
디스크를 사 가시는 선배님의 뒷모습에
행복이 묻어있는 듯 보인다. 가족과 같이
더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보인다.
그래서 홈시어터가 홈 해피니스로 여겨진다.
"선배님 행복하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