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피커 잘 있지요?”
한 달 가까이 앞서 미리 주문한 스피커가 도착하여
설치 날짜를 며칠 앞두고 있는데 손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토요일만 시간이 되어 그날 설치를 약속하고 며칠 기다리는데
전화 너머에서 들리는 행복이 뚝뚝 묻어나오는 목소리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기다리는데
얼마나 기대가 되겠습니까?
그 전에 사용하시던 기기들을 하나하나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소리의 변화, 즉 음질향상이 많았습니다.
지난달 초에는 앰프를 업그레이드하셨습니다.
이름도 유명한 Gryphon Diablo 300 구입하셨는데
주말에만 오시기 때문에 자주 켜지 못해 에이징에 시간이 좀 걸렸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소리가 좋아진다고 하셨습니다. 당연히 좋아져야지요.
Inte Amp의 세계 최고 모델을 구입하셨는데요.
그런데 또 한 번 변화를 꾀하셨습니다. 음질이 좋아지니
이 참에 한 번 더 질러버리신 것입니다. 지름신이 제대로 강림하신 것입니다.
간 김에 한 번 더 세게 가신 것이지요.
이렇게 할 때 보통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인 사모님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데 제가 이 분 댁을 방문해본 적이 없어 상황을
잘 알지는 못했습니다.
가장 잘 맞는 스피커가 뭔지 물으셔서 당연히 Dynaudio를 추천해 드렸습니다.
앰프의 격을 생각해서 Confidence Series를 추천했는데 방이 그리
넓지 않다고 C2면 되겠다고 하셨습니다. C2의 전시품 Signature Series를
저렴하게 드리겠다고 하니 그래도 이왕 가는 것 제대로 가겠다고
C2 Platinum으로 주문하시고는 좀 기다렸다가 설치를 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가보니 북박이장이 있는 안방이라 협소하긴 했습니다.
그래도 위치를 제대로 잡고 토우인도 주면서 센터도 잡고 소리를
들어보니 방안 가득 메우는 소리가 아주 빵빵하게 들립니다.
작은 방에서 느낄 수 있는 꽉 차는 느낌은 야간에 조용하게
듣는다면 오히려 밀도감과 더불어 깊이감이 더욱 좋게 들리겠습니다.
손님께서도 소리가 많이 좋다고 하시면서 아주 흡족해 하십니다.
전보다 훨씬 시원시원하고 저음도 풍부하며 우선 방안을
가득 메우는 에너지 넘치는 소리라고 하십니다.
에소타2 트우터를 장착한 컨피던스 C2 플라티넘은 그리폰 디아블로300을
만나니 물 만난 고기입니다. 앰프와 스피커는 궁합이 잘 맞아야 하는데
다인오디오와 그리폰은 정말 상성이 좋습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선명하고 뛰어난 질감을 자랑합니다. 6인치 두 개의 우퍼가 저음이 부족할 것
같지만 실제로 들어보시면 어떻게 저런 저음이 나올까 경이롭기조차 합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수긍할 음질을 보입니다.
대략 정리를 하고 사진을 찍겠다고 하니 흔쾌히 허락하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부엌에서 바쁘시던 사모님께서 음료수를 내오시면서
“저와는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가슴이 철렁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설치할 때 집에서 혹시 금액을 묻는다면 얼마라고 해주세요라고 사전에
부탁하시는 분들 계십니다. 그런 부탁이 있는 댁에 가서 설치를 할 때
가격을 묻는다면 저희는 설치기사라 금액은 전혀 모른다고 답합니다.
저희가 좀 더 센 사기꾼(?)입니다. 말을 잘못 섞어서 실수라도 하는 날이면
부부싸움을 유발할 수도 있고, 심지어 반품까지 발생하는 끔찍한 참변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전격적으로 단행하셨다면.......
순간 저희가 좀 긴장을 했지만 말씀하시는 모습이
전혀 언짢으신 것과는 다른 표정으로 밝으십니다.
말씀은 그렇게 하셨지만 오히려 좋은 소리로 행복해 하시는
모습에 행복이 전염되어 두 분이 같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저도 같이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저에게도 전염된 모양입니다.
참 좋은 저녁이었습니다.
자주 많이 들으시고 사모님께서 같이 즐기시어
두 배의 효과로 두 배로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