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에 이탈리아 빈센트 지역에 조그맣게 가족 공방으로 시작했던 마스터 사운드는 사세를 확장하여 십여종의 진공관 앰프 포트폴리오를 가지게 되었다. 마스터 사운드는 오랜 경험을 통해 진공관앰프에 있어서 출력 트랜스포머가 소리를 결정짓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출력 트랜스포머를 직접 설계하고 생산하고 있다. 출력 트랜스포머의 비결은 코일을 감는 방식을 포함해서 몇 가지 더 있다고 한다. 오랜 경험이라하여 십 수년 정도겠지 했는데 놀랍게도 무려 50년의 경험이 반영되었다고 한다.
마스터사운드를 이끄는 로렌조 사나비오의 아버지 세자르 사나비오는 평생 고품질의 오디오용 출력 트랜스포머를 설계하고 생산해 왔다. 아버지 시대의 기술이 당대에서 사장되지 않고 아들 시대로 고스란히 남겨진 것은 다행스럽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Evolution 845는 이 회사의 인티그래이티드 제품 중에서 최고급 모델에해당한다. 듀얼 모노처럼 구성했다는 Evolution 845는 프리 드라이버에 ECC82진공관을,드라이버에 6SN7 GT를 , 출력관으로는 3극관인 845를 채널당 2개씩 병렬구성했다. 증폭방식은 Single-Ended A클래스이며 피드백은 걸지 않았다. 채널당 55W의 출력을 내준다. 언밸런스 라인 입력을 가지고 있다. 리모컨으로 전동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
제품후면에는 튼튼한 바인딩 포스트가 달려있다. 여느 진공관앰프처럼 스피커에 맞게 4Ω 또는 8Ω 탭을 선택하면 된다. 어느 탭에 연결해야 하는지 정해져 있는 공식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각기 연결하여 더 좋게 느껴지는 것에 연결하면 된다.
3극관 앰프는 일반적인 앰프와 다른점에 있어서 Evolution 845라는 개별제품의특성보다도 3극관 앰프의 특성을 설명하는데 지면을 더 많이 배분할 필요성을 느낀다. Single-Ended 증폭이라는 뜻은 진공관이 전체 오디오를 증폭한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앰프는 Push-Pull 방식을 사용한다. 한쪽 진공관이 음악 파형의 양의 절반을 증폭하고 다른 진공관이 나머지의 절반을증폭하는 것이 Push-Pull이라 하는데 이럴 경우 크로스오버 왜곡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Single-End로 증폭하면 출력소자 사이에 신호를 넘겨주는 일이 없으므로 크로스오버 왜곡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3극관을 이용한 증폭에서는 위상반전기라는 회로가 필요하지 않으므로더욱 간단하게 앰프를 만들 수 있다. 3극관의 매력은 이런 단순성에 기인한다. 단순해질수록 오디오 신호가 훼손될 소지가 그만큼 줄어들고 오디오 신호의 순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대신 3극관 앰프는 아무 스피커와 연결해서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 우선 3극관 앰프는 출력이 낮다. 물론 앰프 설계자는 추가로 3극관을 결합시켜서 더 많은 출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출력을 높인다고 해서 모든 스피커를 잘 울릴수는 없다. 왜냐하면 3극관은 출력 임피던스가 높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3극관은 댐핑팩터가 아주 낮다. 이 경우 스피커의 주피수별 임피던스가 들쑥날쑥하다면 대역별로 작거나 큰소리를 들어야 한다. 따라서 3극관 앰프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다양한 음악도 즐기고 싶다면 주파수에따른 임피던스가 자로 잰듯이 일정한 스피커에 물려주는 것이다. 3극관 앰프에 적합한 스피커로는 Thiel 스피커나 Peak Consult 스피커를 꼽을 수 있다.
Evolution 845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를 청취하기 위해 사용한 다인오디오 사파이어는주파수별로 임피던스가 이상적으로 일정하지 않으나 그래도 일반적인 스피커 세계에 비하면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므로 Evolution 845의 특성을 알아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Evolution 845는 3극관의 장점을 잘 살려서 이미징이 아주 훌륭하다. 스피커 사이의 공간 뒤쪽에서 넓고 크고 깊은 입체적인 공간이 형성된다. 3극관은 왜곡이 많다고 하여 화성적으로 착색된 소리가 나올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Evolution 845는 정직하고 자연스러운 음색이 나와준다. 그리고 매칭한 제품의 특성도 예리하게 잡아주는 편이었다. Evolution 845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는 다른 시스템에서 느낄 수 없는 소름끼치는 실제감과 음악에 깊게 몰입시키고 환희를 가져다 줄 잠재력을 갖춘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마스터 사운드에서는 맡은바 임무를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이제 이것을 가지고 살릴것이냐 말것이냐는 사용자의 몫에 달려있게 될 것이다.
마스터 사운드에서 앰프를 한 대 출고하는데까지 일주일이 걸린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 장인들이 물건을 만드는 방식을 간직하고 있다. 마스터 사운드의 사람들과 그들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에 대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관심을 기울이고 싶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