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iton - SIS 11

단결정으로 연출하는 집중력 넘치는 음향 풍경


본지 2007년 11월호에 필자는 부산대학교 나노과학 기술학부 교수팀이 교내에서 설립한
벤처회사인 MC 랩에서 내놓고 있는 CI-11과 SI-11 등 두 종의 인터커넥트에 대한 시청
리포트를 게재한 바 있다.

당시의 리포트에서도 소개한 것처럼, ‘초크랄스키 법으로 성장시킨 완벽한

단결정(Single Crystal) 케이블 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MC 랩에서는 현재 선재로

단결정 구리를 채용한 솔리톤 CI-11과 단결정 은을 채용한 솔리톤 SI-11등

두 종의 인터커넥트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기술인만큼, 단결정 선재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간략하게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선재는 재료의 순도를 높이는 연구가 가장 먼저 이루어졌고,

그 다음으로 결정립 내에 산소가 포함되지 않도록 고안된 OFC(무산소 동선) 선재가

등장했으며, 그 다음 단계에서 등장한 것이 결정립들의 크기에 따라 신호 전달의

변화를 관측하면서 결정립의 크기를 확장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고 한다.

여기서 3차원적으로 결정을 이루는 영역인 결정립을 도메인이라고 하며,

결정립의 크기는 곧 도메인의 크기를 나타내는데, 이러한 도메인의 경계 부분에서

전자들이 산란을 일으키며, 이러한 산란은 신호의 노이즈로 연결되어

우리가 듣는 음악에서 잡음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 결과 이러한 노이즈를 없애기 위하여 결정립의 크기를 키우기 위한 연구,

즉 완벽한 구조를 갖는 단결정 케이블을 만들기 위해 새롭게 개발한 것이

OCC(Ohno Continuous Casting)이다. 그러나 OCC 케이블은 대량 생산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3차원적인 정렬을 이루어 내지 못하였고 한쪽 방향으로

정렬하도록 만들었지만, 결정성을 나타내는 반치폭(FWHM - Full Width Half Maximum)이

일반 단결정보다 훨씬 크게 나타나며, 다른 방향으로는 단결정의 형태가 아닌 다결정 형태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 MC 랩에서 초크랄스키 법으로 개발한 단결정 케이블은 OCC보다 FWHM이

더 작으며 3차원 배열 모두 단결정을 보인다고 한다.

여기서 왜 단결정인가 하는 의문이 일어난다. MC 랩의 설명에 따르면, ‘결정 중에서도 덩어리

전체가 하나의 방향으로 완벽하게 정렬된 상태를 뜻하는 단결정’이

신호 전송에서 유리한 이유는 이 상태에서 저항이 낮은 이점 외에도 규칙적인 전자의 이동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번에 필자가 시청한 SIS 11은 어떤 케이블인가? MC 랩의 설명에 따르면,

SIS 11은 본지 2007년 11월호에 등장했던 단결정 고순도 은을 선재로 채용한 SI-11과 동일한

케이블이지만, 단자만 다른 것을 채용하고 있다.

그러니까 SI-11이 WBT 단자를 채용하고 있다면, SIS 11에서는 MC 랩에서 개발한

단결정 은으로 만든 단자로 바뀐 것이다. 이렇게 보면 SIS 11은 선재에서 시작하여

단자까지 신호 전송 경로 전체를 모두 단결정 소재로 처리한 케이블인 것이다.

여기서 일어나는 궁금증은 단자 하나를 교체한 것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그렇다면 SIS 11은 어떤 음향을 이끌어 내는가?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필자는 SI-11 시청 당시 레퍼런스로 사용했던 시스템을 다시 구성하고

SIS 11에 대한 시청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 시청에서도 익스포저의 2010S CD 플레이어·파이널의

뮤직-3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로저스 LS-7 스피커·카다스의 크로스링크 8X 스피커 케이블 등으로

구성된 시스템에 솔리톤 SIS-11을 접속하였다.



그렇다면 결과는? 결론부터 말하면 이 조합은 실패로 끝났다고 해야 좋을 것 같다.

WBT 단자를 채용한 SI-11을 접속했던 시스템에서는 ‘음악 표현에 생동감과 생생함을 실어

올리는 광채가 번뜩이는 고음역과 악기의 질감·중량감을 명료하게 제시하는 저음역’,

그리고 ‘한층 넓어지고 깊어진 수평정위와 심도 표현’ 등이 전면으로 부각되면서,

음악의 표정이 한층 명료해지고 화려해지며 투명해지는 은(銀) 선재 특유의

음향이 살아나고 있었다. 그러나 동일한 시스템에 SIS 11을 연결하자, 표현 대역의 폭이

넓어지고 정보량이 증가하는 듯했지만, 음향의 집중력과 통일성이 약해지면서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산만한 음향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각 음역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중음역의 명료성이 떨어지고 저음역은

불필요하다 싶을 정도로 과다했으며, 고음역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절제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가장 결정적인 문제점은 중음역과 고음역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바로 이 지점에서 필자는 시청 작업을 중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제품에 하자가 있는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현재 레퍼런스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또는 케이블 조합에  문제가 있는지 것인지 쉽게

판단이 서지 않았다. SI-11·크로스링크 8X에서는 그처럼 상성이 좋았던 조합이 아니던가?


그 결과 필자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스피커 케이블을 카다스의 크로스링크 8X에서

노도스트의 프레이로 교체하고 2차 시청 작업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프레이를 연결하자마자

천지가 개벽할 일이 필자의 눈앞에서 벌어졌다. 카다스와의 조합에서 나타났던 문제점이 일거에

사라졌던 것이다.

음향의 발성 자체가 순조로워지면서, 대역 밸런스, 음향 몸체와 윤곽, 다이내믹 표현, 색채 표현 등

모든 특성이 제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 솔리톤·프레이 조합에서 아연(啞然) 살아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음향 몸체·윤곽·음색 등은 한층 견고해지고, 한층 풍부해진 모습이 살아나고 있었으며,

배음 또한 한결 섬세해지면서 악음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다이내믹 표현 또한

한층 강력한 폭발력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뿐이 아니었다. 음향 무대 또한 한결 확장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고, 카다스 조합에서 나타났던 과도한 저음역 또한 적절한 규모로 축소되는

모습이 살아나고 있었다. 이럴 때 저음역의 윤곽·중량감·확산감 등이 좋아지면서,

음향 표현의 명료도가 향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목격하면서 필자는 ‘대체 단자 하나 바꾸었을 뿐인데, 이처럼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하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었고,

솔리톤 SIS 11·노도스트 프레이 조합은 트라이앵글 안탈 EX 스피커

마란츠 PM-15S1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마란츠 SA-15S1 조합에서도 거의 동일한 특성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MC 랩의 솔리톤 SIS 11은 이전 버전인 SI-11과 동일한 케이블이지만,

그와 동시에 전혀 다른 케이블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단자 하나만

교체한 버전이라고는 하지만, 전작과 비교해 보면 그 음향의 차이는 상상한 것 이상으로

크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함부로 속단할 일은 아니지만, 이번 시청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바로 이것이 단결정의

참모습인가?’하는 생각마저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만약 자신의 시스템에서 음향의 일체감과

통일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애호가가 있다면, 한 번쯤 구매를 고려해도 좋을 인터커넥트가

MC 랩의 솔리톤 SIS 11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성수(오디오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