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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정 브랜드에 대한 오디오 평론가 개인의 호불호를 함부로 밝히는 것이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 시청한 오디오 아날로그의 인티앰프인 크레센도 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전에 미리 밝혀 두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이탈리아의 하이엔드
오디오와 필자 사이의 궁합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탈리아 투스카니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오디오 아날로그 또한 필자가 그리 선호하는 브랜드는 아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오디오 아날로그가 그저 그런 회사이기 때문에? 아니면 이 회사에서 내놓은 기기들이
형편없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밝혀 두지만, 그건 절대로 아니다. 그 이유는 오디오
아날로그와 필자가 추구하는 음향 노선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아담함보다는 장대함,
재기발랄함보다는 안정감, 섬세함보다는 강건함, 예리함보다는 유연함, 투명함보다는 온화함,
화려함보다는 화사함 등을 선호하는 필자의 음향 취향으로 보면, 감각주의 내지 탐미주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오디오 아날로그의 음향 철학은 음향의 순도에 지나치게 골몰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밝혀 두어야 할 사항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필자가 섬세함과 예리함, 투명함과 화려함, 경쾌함과 사뿐함 등과 같이 음악의 표정
그 자체를 드러내는 특성들을 단 한 번도 과소평가 해 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오디오
아날로그와 필자의 차이점은 음향에 대한 평가에서 우선순위를 달리하는 것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오디오 아날로그가 순도 높은 색채 표현, 정교하게
다듬어진 선율선, 명료한 다이내믹 등을 세련미 넘치는 이미지로 포착하는 것에 음향 조형의
최우선 과제를 삼고 있다면, 필자는 음향 무대와 공간감, 선율선과 다이내믹의 유연한 조화 등
과 같이 음향의 구조적 통일성에 가산점을 주고 있을 뿐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필자가 시청한 크레센도라는 인티앰프는 어떤 기기인가?
무엇보다 먼저 가격만 놓고 보면, 중급 기종의 도입부에 자리를 잡고 있는 앰프라고 할 수
있다. 외관과 제원만 살펴보아도, 이런 면모는 그리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우선 디자인과 섀시부터 살펴보면, 크레센도 또한 여타의 동급 앰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 준다. 이탈리아 브랜드다운 세련된 감각이 묻어나는 깔끔한 패널 디자인이
돋보이지만 — 예를 들어 패널 중앙부의 큼지막한 볼륨 노브를 중심으로 하여, 전원 스위치,
헤드폰 단자, 휴대용 기기 입력 단자, 입력 표시등 등이 좌측에 몰려 있는 까닭에,
허전한 느낌을 주기 쉬운 패널 우측에 볼륨 단계별로 레벨을 표시하는 램프를 가로 방향으로
설치해 놓은 디자인 감각은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패널과 섀시에 투입한 소재와
재질은 여타 동급 기기들과 별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음으로 제원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크레센도는 채널당 출력이 8Ω임피던스에서는 50W, 4Ω임피던스에서는 80W이다.
이만 하면 일반적인 2웨이 북셀프 스피커 또는 전면 폭이 좁은 3웨이 구동방식의 플로어형
스피커를 무리 없이 구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앰프로 보아도 좋을 것 같다.
다음으로 중급 인티앰프에 대한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인 기능성에 주목해 보면,
크레센도에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총 5계통에 달하는 라인 입력,
그리고 아이팟·MP3 플레이어 같은 휴대용 음향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미니잭, 마지막으로
테이프 출력·헤드폰 출력·트리거 IN 입력 등과 같은 풍부한 입출력 계통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만 하면 애호가들이 연결하고자 하는 다양한 컴포넌트는
거의 대부분 소화할 수 있으리라고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앰프에서 가장 특필해야
할 기능은 바로 바이패스 입력 모드이다. 바이패스 입력 모드란 아날로그 라인 입력 제5번
단자를 활용하여 멀티채널 시스템과 통합하는 기능인데,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하면, 멀티채널
시스템에서 크레센도를 메인 스피커를 위한 파워 앰프로 사용하고, 바이패스 기능을 탑재한
크레센도의 제5번 입력 단자를 멀티채널 앰프의 프리 아웃 단자와 연결한 후, 멀티채널 앰프로
센터 스피커·서브우퍼·서라운드 스피커 등을 구동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멀티채널 시스템에 새로운 파워앰프를 추가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이끌어 내는
기능이 바로 바이패스 입력 모드인 것이다.
따라서 이 기능을 활용하여 크레센도에게 메인 스피커의 구동을 맡긴다면, 멀티채널 시스템
자체를 업그레이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크레센도는 어떤 음향을 들려주는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오디오 아날로그 특유의 탐미주의를 살짝 중화한 듯한 감미로운 음색과
공간감이 풍부한 음향을 들려주는 앰프가 크레센도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영국 새디의 PCM2(DAW)·BB2-J(AD·DD·DA 컨버터) 세트, 벤치마크의 DAC1 USB,
그리고 프로악의 북셀프형 스피커인 리스폰스 D2 등으로 구성된 시스템에서 크레센도는
악음의 표정과 다이내믹을 명료하고 예리하게 연출하기보다는,
청명한 공간감을 배경으로 하여 섬세하고 우아한 음색을 삼삼한 이미지로 연출하는데
초점을 맞춘 음향을 들려주었다.
그러나 이처럼 공간감을 중심으로 하는 자연스러운 음향 조형이 의외의 특성에서
기인한다는 점은 크레센도에서 특필할 만한 사항이다. 프로악 스피커와의 조합 때문인지,
그게 아니라면 설계자의 의도를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쉽게 판단 할 수 없지만,
이번 시청에서 크레센도는 1kHz 부근의 대역이 대략 1·2dB 정도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나는데, 바로 이런 특성으로 인하여 중역대의
표현력은 살짝 떨어지지만, 그런 반면에 음향의 스케일과 공간감이 한층 더 자연스럽고
정연하게 펼쳐지면서, 음향 무대와 악음이 유기적인 균형을 이룬 섬세한 음향이 손에
잡힐 듯한 표정으로 떠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두고 우아한 세련미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았다. 이번 시청에서 크레센도가 들려주는 이처럼 우아한 세련미를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러한 면모는 성마틴 합주단과 율리아 피셔가 협연한 바흐의
바이올린 협주곡(Decca), 찰스 매케러스가 지휘하는 스코티시 쳄버 오케스트라와
알프레드 브렌델이 협연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20·24번(Philips),
카라얀이 빈 필하모닉을 지휘한 브루크너의 제8번 교향곡(DG),
그리고 필자가 아날로그 LP에서 24비트·96kHz 포맷으로 전환하여 믹싱한 헨릭셰링이
연주하는 비탈리의 샤콘느(Philips)와 버나드 하이팅크가 런던 필하모닉을 지휘한
베토벤의 제1번 교향곡(Philips) 등의 녹음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크레센도는 이들 녹음에 담긴 풍부한 공간감, 미려한 음색, 유려한 선율선 등을, 그리 스케일이
크지는 않지만, 삼삼하면서도 소담스러운 이미지로 연출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관점에 따라서는 미음(美音) 스타일의 음향 조형에 치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음향 무대를 섬세하게 다듬어진 아름다운 음색으로
채워가는 것! 이건 크레센도가 간직한 가장 큰 장점이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글_ 박성수
·실효 출력 : 50W(8Ω), 80W(4Ω)
·노이즈 레벨 : -100dB 이하
·라인 게인 : 6dB
·파워 앰프 게인 : 27dB
·입력 임피던스 : 40㏀
·크기(WHD) : 44.4×8.1×38.1cm
·무게 : 10.4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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