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에 메모리시켜 놓지 않은 
모르는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턴테이블을 사겠냐고 물으십니다.

모르는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으면 대개
여러 샵에 문의하시기 때문에 거래가 잘
성사되지 않더라고요. 어떤 모델인지
물으니 토렌스 프레스티지라고 합니다.


우와 프레스티지!!!!







샵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음악을
즐기지 않습니다. 이유는 잘 아실 겁니다.
음식을 맛있게 먹으려면 배가 고파야
합니다. 배가 부른 사람한테 또 먹으라고
하면 그건 고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음악
또는 오디오가 고파야 집에다 오디오를
갖다 놓고 음악을 들을 텐데, 저희 같은
사람들은 전혀 고프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배가 터져 죽을 것만 같습니다.
어떻게든 빨리 많이 해치워야 합니다.
그래서 여간해서는 집에서 음악을 듣지
않습니다.








그런데 손님들이 오디오와 음악이란 늪에
빠져 헤어나질 못하는 모습, 달리 표현하면
열정을 바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는 늪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건 먹고 노는 것인데, 그건
이제 점점 힘이 부치더라고요. 가까이서
많이 보아온 많은 사람들처럼 오디오와
음악을 즐겨보려 생각하던 차, 꿈의 모델
프레스티지를 내놓으신다고 하여 집에다
둘 요량으로 매입하기로 했습니다. 며칠
여유를 두고 인수하기로 약속했는데, 제가
집에서 써볼 생각을 했더니, 며칠 사이
손님 마음이 변할까 조바심이 나더라고요.





 

결국 인수해 왔습니다. 그런 마음인가요?
가슴이 쿵쿵 뛰더라고요. 집에서 쓸 생각에
그렇게 설레었는가 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잘 생겨 보입니다. 지 자식은 코가 엉덩이에
가 붙어도 이쁘다더니 집에서 쓸 생각을 하니
자식처럼 보였나 봅니다. 눈에 콩깍지가 씌인
거지요. 상태도 아주 좋습니다.







뛰는 가슴 진정시킨 후 집에서 사용하려고
더 좋게 만들었습니다. 더스트커버가 없어서
우리나라 최고의 아크릴 장인 차영학대표께
주문하여 먼지 덮개를 만들었습니다. LP는
먼지에 쥐약이잖아요.







또 하나, 솥뚜껑을 엎어놓고 돌리는 듯한,
누군가는 연자방아라고 하던 프레스티지의
플래터를 돌려주는 전원 공급처가 너무나
작아 제대로 돌릴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전에 프레스티지를 사용하는 분이 리니어
전원을 의뢰하여 제작해 가신 후 대단히
듬직해 보여 TD520 전원도 만들어봤는데
역시나 효과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당장
제작해 왔습니다. 제가 쓸 것이니 더욱 잘
만들자는 생각이 마구 들었던 것이지요.







다 제작한 후 집으로 가져가려고 하던
즈음, 깜박 잊은 것이 있습니다. 멋지게
만든 뚜껑이 TV를 가립니다. 가슴 뛰게
만든 프레스티지가 가슴 아프게 합니다.
그냥 갖다 놓았다가는 TV를 즐겨보는
집사람한테 밥도 못 얻어먹을 것 같아
꿩 대신 닭으로 대체하였습니다. 음악을
즐기고 오디오를 열심히 하시는 분들의
마음이 이러할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많이 허탈해졌습니다.

요즘은 웬 물건이 이렇게 많이 쏟아져
나오는지 점방에 물건이 너무 많아서
빵빵해졌습니다. 강부장이 물건에 치여
일을 못 할 지경입니다. 해서 인기 있는
놈부터 빨리 시집보내야겠다는 생각에
눈물을 머금고 이렇게 소개합니다.







정말로 아쉬움이 큽니다. 너무도 멋지게
생겼고 소리를 들어봐도 가슴 밑바닥까지
울려줄 이런 이쁜 걸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기쁨과 아쉬움을 함께 안겨준 프레스티지.
주인을 기다립니다. 가져가실 분은 많은
기쁨으로 가져가실 것입니다. 기대되고 또
행복하실 겁니다.






PS. 포함된 구성품
* Arm : SME IV            
                Thorens TP-997(12“)    
   * Cartridge : Thorens MCH II
* Linear Powersupply     
* Dust 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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