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역사에서 꼭 기억해야 할 사람 중
Guy R. Fountain이 있습니다. 탄노이
설립자입니다. 1926년에 설립하였지요.
2년 후가 100년이 됩니다. 오디오史에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100주년 기념 모델을
기대하셔도 좋으리라 봅니다.







오디오 시장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작은
시장에서 제조사들의 부침은 아주 심합니다.
그런 데다 기기들을 너무 오래도록 사용하니
새로이 뭘 만들어 시장에 판다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고 봅니다. 5~60년 지난 제품도
아직 현역입니다. 자동차라면 벌써 폐차했거나
박물관에 가 있을 텐데, 계속 사용할 수
있으니 물건이 차고 넘칩니다. 그런 가운데
탄노이는 100년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탄노이는 원래 스피커 회사가 아닌 정류기를
제작하는 회사로 ‘Guy R. Fountain Co.’라고
했답니다. 후에 고급 가정용 전자식 정류기를
개발하여 상품으로 내면서 사용된 금속원소인
탄타륨(tantalum)과 알로이(alloy)를 합쳐서
Tannoy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탄노이는 스피커에도 관심을 보여 제품을
선보이며 2차 세계대전을 치르는 동안 사세가
크게 확장되었습니다. 그 후 1953년, 제품의
품질 보증을 한다는 명목하에 대표가 사인한
불멸의 명기 ‘오토그라프’가 탄생하기도 했고
이어 웨스트민스터와 현역 최고봉 로열까지
이어졌습니다.







1981년 설립자 ’Guy R. Fountain’을 기념하여
출시한 모델이 바로 ’GRF Memory(RW)’입니다.
15인치 동축 대구경으로 풍성한 음을 자랑하는
GRF Memory는 고급 고가구처럼 디자인되어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하면서 또 한번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후속으로 HW, TW,
TWW, HE까지 이어지며 탄노이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되었습니다. GRF Memory RW는
40년은 족히 된 모델로 아직도 살아있는
현역입니다. 이 모델이 나와서 소개합니다.

당시 GRF Memory를 사용한다면 많은
애호가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지요. 감히
넘볼 수 없는 사이즈에 고급스럽게 생긴
스피커를 소유하는 건 꿈이자 목표이기도
했고, 갖은 사람에 대한 부러움과 시기를
동시에 받던, 그래서 갖지 못한 배 아픈
이웃 사촌들도 많았던 것으로 압니다.







오리지널은 너무 비싸 유닛만 따로 공급하고
인클로저를 국내에서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국산통은 그릴의 천을 공급하지 않아 비슷한
천막 같은 두꺼운 천으로 만들어 음질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저렴하지만 그래도 명성이
자자하고 워낙 갖고 싶은 스피커이기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애호가들에게
인기 있었습니다. 국내산도 잘 만들었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비교해보면
오리지널에 비해 좀 떨어집니다.







그때가 우리나라는 경제 붐이 일 때인 80년,
90년대였습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눈을 돌리는 것이 문화라고
하던데, 그래서 폭발적으로 오디오 붐이 일어
상당했었지요. 2000년대는 중국과 베트남이
호황으로 오디오 열풍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에 노동자가 많이 진출해
있었는데, 이 사람들을 통하여 국내의 샵에
나와 있는 GRF Memory를 싹쓸이해서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금액도 많이 올랐었습니다.
배송하는 분을 통하여 얘기를 들어보면,
평택항에 큰 콘테이너가 있어서 메모리로
채워지면 베트남으로 출발한다고 합니다. 

저희 점방을 찾던 베트남 고객이 있었는데,
와서 상태를 보고는 싸게 달라고 무척 떼를
씁니다. 10만 원 정도 빼주면 평택항으로
배달해 달라고 합니다. 당시 10만 원이면
베트남 대졸자 초봉의 반이라 하더라고요.
그러니 그렇게 떼를 쓴 것이었습니다.

이 스피커를 내놓은 분은 하이엔드 스피커를
사용하시다 이명으로 듣기가 어렵게 되어
그 좋은 스피커를 내놓고 메모리를 들어보니
쓸 만해서 몇 년 사용하셨습니다. 이명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다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새겨볼 만한 얘기이긴 합니다.







그런데 스피커의 에지를 같은 시기에 갈지
않아 짝이 맞지 않는 걸 나온 지 몇 달 지난
최근에 알고 얼른 교체하여 아주 싱싱합니다.
색깔이 좀 바래서 ‘Old English’를 바르니
젊어졌습니다. 그릴의 천은 오리지널이라
오래되다 보니 때 탄 건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데 오히려 빈티지스럽게 보입니다.







메모리는 저음이 많다고 하는데 이 모델은
적당하게 들리고 고역은 맑게 들립니다.
탄노이는 현에서 가장 좋다고 하는데 그 중
메모리의 현 소리는 발군입니다. 조용하게
식사하면서 분위기 돋우는 음악을 듣는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와인 한잔하며 첼로 소리를
듣는다면 분위기 끝내줄 것 같지 않습니까?
사랑이 더욱 돈독해질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렇다면 그건 GRF Memory 덕분입니다.
‘Guy R. Fountain’ 덕분입니다. 그래서
이 사람을 영원히 기억해야만 합니다.
저희 금강전자는 이 사람 때문에 밥 먹고
삽니다. 그래서 더욱 잘 기억해야 합니다.

탄노이 100년의 역사 속 영원히 기억해야
할 사람, 스피커 GRF Memory를 권합니다.


PS. 오랜 세월이 지나 상태가 완벽하지
않아 금액을 좀 싸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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