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사용기
Lindemann SACD Player - 820S
작성자 : 고 명섭(koh6471@hanmail.net) 작성일 : 2007-11-10 조회수 : 22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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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오디오계를 둘러보면 요즘처럼 어수선한 시절이
또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한편에서 차세대를
주도할 매체 자리를 놓고 DVD 오디오와 SACD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정보통신 기술에
기반을 둔 새로운 음악 환경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뿐이 아니다. 최근 최전성기를
다시 맞이하고 있는 아날로그 오디오의 부활과 약진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아날로그의 부활에서 시작하여, 현재 난숙기를 맞이하고 있는
레드북 CD, 차세대 매체의 기수를 자처하고 있는 DVD 오디오와
SACD, 그리고 MP3 플레이어ㆍ아이팟 같은 새로운 매체들이 공존하고
있는 이처럼 복잡다단한 오디오 현실은 새로운 시대로의 진입을
준비하는 과도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시대의 탄생을 준비하는 혼돈과 암흑의 시대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누구나 같은 질문을 던진다.
레드북 CD는 언제 사라질 것인가? DVD 오디오인가? SACD인가?
새로운 정보통신 환경 속에서 고형(固形) 매체가 설 자리는
어디인가? 최근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는 애호가들이 부쩍
늘었지만, 족집게 점쟁이가 아닌 이상 필자 또한 답답하기는
매일반이다. 다만 음반 산업의 역사를 공부해 온 입장에서 말한다면,
오디오 애호가들의 바람처럼 음향의 완선도가 차세대 매체를 결정하는
유일한 기준이 되지는 않을 것이고, 새로운 환경으로 전환된다고
해서 기존 매체들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소멸하지도 않을 것이며,
현재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는 기존 매체들의 통합 과정
또한 결코 간단하거나 단순하지 않을 것이라는 원칙론 밖에는
내놓을 것이 없다. 결국 이 모근 질문에 대한 답은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의 카오스적 통합체인 시장이 쥐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 불과 2년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리고 수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 세계 하이엔드 메이커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설립된 지 15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독일의
신생 메이커 린데만이 하이엔드 오디오 플레이어의 신데렐라가
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역사의 과도기가 던져 준 기회와 행운을 자신의 손에 거머쥔
대표적인 회사가 바로 린데만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왜 그럴까? 시장의 속성상 그럴 리 만무하지만, 차세대 매체에 대한
결정이 진작 이루어져 메이저 업체들이 SACD 포맷 개발에 전력했다면,
또는 레드북 CD가 지금도 건재하다면, 유럽 최초의 하이엔드
SACD 플레이어인 D680과 그 후속 기종인 820 등의 플레이어를
가지고 현재 누리는 것과 같은 명성과 인기를 얻기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사리에 맞지 않을까? 이렇게 보면 최근 수년 사이에
린데만이 거둔 눈부신 성공은 회사 자체의 뛰어난 기술력과 시장이
제공한 기회와 행운이 절묘하게 결합한 결과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린데만의 신속한 성공에 크게 기여한 집단이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 애호가들이 피부로
느끼는 것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지만, 불과 한 해 사이에 린데만
820은 필자를 포함한 평론가들이 가장 친숙하게 접하는 SACD/CD플레이어로
자리를 잡았다. SACD와 레드북 CD 양 포맷의 재생에서 하이엔드의 기준에
부합하는 안정성ㆍ신뢰성ㆍ완성도 등을 고루 보여 주는 820은 다양한
하이엔드 기종에 대한 시청 작업에서 SACD를 테스트하는 레퍼런스
플레이어로 활용되어 왔다.


새로운 매체에 대한 베타테스터의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평론가의
입장에서 보면, 평가 대상 기종이 보여 주는 새로운 포맷에 개한
적응력과 가능성을 점검할 하이엔드 플레이어를 확보하는 것이
절실했고, 이 무렵 등장한 820 플레이어가 이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 온 것이다. 본지만 하더라도 지난 한 해 동안 주요 하이엔드
기종들의 시청 작업에서 820을 레퍼런스 플레이어로 사용해 왔다.




잘 살펴보면 이러한 현상은 선발업체가 당연히 누리는 특권이라고
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관점을 바꾸고 보면 이제 첫 걸음을 떼기
시작한 SACD의 미래를 위하여 820의장기 집권은 그리 바람직한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 린데만이나 수입업체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820의 완성도를 뛰어넘는 플레이어가 한시 바삐 등장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솔직한 바람이다. 경쟁이 있어야 향상도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820의 완성도를 뛰어넘는 것은
고사하고, 820에 대적할 만한 SACD 플레이어를 찾기 힘든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SACD 재생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레드북 CD 재생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많은 평론가들이 지적해 온 것처럼, 현 시점에서 레드북
CD와 SACD 사이의 음향 차이가 가장 작은 플레이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보면, 현재 820이 누리고 있는 영광의 시대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처럼 보인다. 그저 바깥세상 소식에 과문한
탓에 필자 자신이 이런 말을 하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현재 SACD 재생의 레퍼런스 역할을 하고 있는
820은 어떤 플레이어인가? 이 플레이어에 담긴 기술 내용에 대한
자세한 검토는 본지 2004년 11월호에 실린 녹음 엔지니어
남상욱 씨의 리포트와 2005년 4월 신동휴 교수의 글로 미루고,
여기서는 820의 음향에만 초점을 맞추어 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820은 대형 하이엔드 시스템이 추구하는
강력한 음향을 연출하기 위한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장대한 공간감을
연출하기 위한 폭넓은 스케일, 말러의 음악에 담긴 피아니시모에서
포르티시모까지 여유 있게 소화해 내는 강력한 다이내믹 레인지,
중후한 음향을 연출하기 위한 확산감과 중량감을 아우르는
보폭과 진폭이 큰 저음역, 장대한 음향 무대에 가득 채우는 게
필요한 올이 굵은 선율선, 불필요하게 밝아지거나 투명해지지
않은 온화한 색채 표현, 음악 표현의 중심 대역을 확고하게
연출하는 당당한 중음역, 절제된 듯하지만 화려한 음색을
과부족 없이 펼쳐 보이는 고음역 등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음향을 연출하는 플레이어가 바로 820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아날로그 포맷에서 시작하여 레드북 CD와 SACD
포맷을 막론하고 하이엔드 플레이어가 갖추어야 할 기본기와
가능성을 아우르는 기기가 바로 820인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한 사실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이 플레이어의
약점 아닌 약점이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이 플레이어가 완급자재하게
펼쳐 보이는 장대한 스케일과 강력한 다이내믹 레인지에서 기인한다.
그러니까 이 플레이어를 중ㆍ소형 시스템이나 1990년대 중반 이전에
나온 기기들로 구성된 시스템이 조합할 경우, 음향 자체가 포화
상태에 이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하이엔드 기종답게 신뢰도
높은 음량 조절 기능을 탑재하고는 있지만, 중소형 시스템에
이 플레이어를 조합하는 것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면모는 이 플레이어가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증거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 플레이어를 두고 레퍼런스 운운할 수 있겠는가?




- 가격 : 1,650만원
- D/A 컨버터 : 버 브라운 PCM 1782
- 샘플링 주파수 : HiDRA 지터 제거 기술
- 접속단자 : 아날로그 출력 밸런스/언밸런스 각 1계통, 디지털 입력 밸런스 1계통, 언밸런스 3계통, 디지털 출력 밸런스/언밸런스 각 1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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