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님과 알게 된 것은 97년입니다. 대기업 과장 때입니다. 벌써 20년이 넘었습니다.

그 세월의 반 넘게 해외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사용하시던 기기들은 스피커만 빼고

다 가져가서 사용하다가 임원이 되어 돌아오면서 다시 가져오셨습니다. 주재원일 때는

우리나라로 출장 오셨는데 이젠 한 곳에 머무시면서 음악 들을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20년이 넘는 동안 같이 술도 많이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도

많았으며, 특히 오디오에 관한 얘기와 함께 발전도 많았습니다.

2017년까지 사용하시던 기기들은 웰템프드 아마데우스 GTA, DCS 푸치니와 클락,

마크 26SL, 크렐 FPB-200, JM Lab 메조 유토피아였습니다. 소리가 나름 무르익었는데

프리앰프가 발단이 되어 큰 소용돌이처럼 사단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저희 점방에 마크 32L이 중고로 들어와 소리를 들어보니 대단히 좋게 들려서

마크 26SL과 바꿔보시라고 권했습니다. 26SL이 마크의 가장 빛나는 별이지만

새로이 무장하고 나타난 32L을 들어보니 26SL도 흘러간 물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바꾸게 되었습니다. 바꾼 후에는 뚜렷한 음질 향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6SL에 있던 포노앰프가 없어서 아날로그 전문 올닉의 H-1500SE plus를

추가하셨습니다. 이제 아날로그 같다고 하셨습니다. 프리에 내장된 포노보다 따로

구성된 진공관 포노는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얼마 후 주거래처에서 좋은 스피커가 있으니 판매해보라고 합니다. C님께 좋은

스피커로 향상시키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더니 며칠 고민하시다가 좋다고 하셔서

업그레이드하게 되었습니다. 스피커는 다인오디오 에비던스 마스터입니다. 전에

사용하시던 메조유토피아도 좋았지만 세계 최고의 트위터 에소타2를 장착한 다인의

최상급 모델은 보여주고 들려줄 수 있는 모든 걸 다 보여주고 들려주었습니다.

이렇게 하고나니 또 눈에,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메조 유토피아를 위한 파워,

크렐 FPB-200이 그런대로 소리를 만들어냈지만 마음속에는 마스터를 위한 더 좋은

앰프를 이미 찾으시는 중이셨을 겁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20년이 넘도록 만났으니

마음까지 서로 다 통해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ㅋㅋㅋ)

주변의 벌떼 같은 충동꾼들(?)과 마음속에서 꿈틀대는 지름신의 유혹에 못 이겨

전격적으로 파워앰프까지 교체하게 되었습니다. 저 하늘의 가장 맑은 성층권처럼

가장 맑은 음을 구사한다고 광고한 호블랜드 스트라토스. 400W 출력의 모노 파워는

32L과 함께 마스터를 더욱 마스터답게 만들었습니다. 투명한 소리, 크지 않은

음량으로도 깔리는 저음, 微音조차 놓치지 않고 표현하는 소프트돔의 세밀한 고역 등

모든 것이 최고의 마스터다웠고 스트라토스다웠습니다.

한 번 걸린 발동은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처럼 내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앰프와 스피커가 갖춰지니 소스가 또 마음에 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턴테이블에서

나오는 소리도 그런대로 괜찮다고 하셨는데 앰프와 스피커가 바뀌고 나서 CDP와

비교하니 아날로그의 음질이 디지털 같다고 하십니다. 왜 그럴까요? 아마도 제

생각에는 앰프와 스피커가 너무 좋아져 모든 걸 잡아내며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니

상성이 좋지 않은 건 바로 나타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때 점방에 가장 Hot한 턴테이블인 베르그만 마그네를 보고 듣게 되었습니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았고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브레이크 파열(?)의 폭주 기관차와 같은 지름신이 저 깊은 가슴 속에서 꿈틀대는데

그만 마그네를 보고 들은 후 결국 업그레이드를 하게 되었습니다. 엔지니어링이나

성능, 음질이 좋아서, 또 주변의 뽐뿌(?)로 마그네로의 업그레이드를 고려하시더니

지름신이 강림하샤 천둥神 토르의 아들 마그네(Magne)를 영접하시게 되었습니다.

직스(Zyx) Ultimate airy 0.48 카트리지를 장착하고선.

​

마그네는 에어베어링의 리니어 트래킹으로 정밀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음악성이 뛰어나

그렇게 자주 듣지 않았던 LP라는 늪에 푹 빠지게 되셨습니다. 마그네는 음악을 자꾸만

듣게 만드는 神이었습니다. 주로 CD를 들으시다가 마그네를 들인 후 主 소스가 LP로

바뀌고 CDP는 그만 장식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 동안 모아두었던 LP 뿐만 아니라 새로이 구매한 음반을 들어보시고는 점점 음반

수가 늘게 되었습니다. 구입한 음반들 중 명반이 있는데 명반들 중에는 모노반도 있어서

스테레오 카트리지에는 잘 맞지 않아 모노반을 위한 새로운 플레이어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

​저희 점방엔 C님이 필요로 할 때마다 적당한 뭔가가 있습니다.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널리 알려지지는 않은, 성능은 대단히 좋은 ‘Townshend Rock 7’이라는 턴테이블이

C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Rock7은 서스펜션이 뛰어나고 암도 진동을 잡아주도록

설계되어 시각적으로도 한가락 하게 보입니다. 오르토폰 카덴자 모노 카트리지로 정하여

장착해보니 한쪽 채널에서 험이 발생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알아보니 상당히 어려운

문제더라고요. 모노라면 싱글 코일로 제작하면 되는데 모노 카트리지의 판매가 적으니

스테레오로 제작한 듀얼 코일을 사용, 스타일러스의 각도를 조절하여 모노 카트리지로 만든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한쪽에 험이 발생하여 여러 조치를 취했지만 해결은 못했습니다.

대신 음반에 카트리지를 올리면 거의 들리지 않아 그냥 사용하기로 하셨습니다.

모노반을 들어보면 대단히 아늑하고 그윽한 모노 특유의 맛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

​

​이렇게 마그네와 타운셴드 쌍권총으로 LP를 구동하니 더욱 재미를 느끼시고 음반을

새로이 구입한 것이 양과 질에서 상당해졌습니다. 모노반, 초반 등 명반들을 구입하게

되면서 소리골 사이의 묵은 때가 눈에 거슬리게 되었습니다. 기기들을 잘 갖췄는데 이

작은 걸림돌에 넘어질 수는 없는 법. 마지막 점을 찍어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또 LP 클리너, 오디오데스크의 Vinyl Cleaner PRO를 준비하셨습니다.

구입 후 날을 잡아서 몇날 며칠을 닦으셨는데, 크리닝에 대단한 노하우가 생겨서

저희들에게 전수까지 해주셨습니다. 크리닝 후 LP를 들으면 거의 CD를 듣는 듯

잡음은 없고 소리골 깊은 곳에 숨겨진 微音과 美音을 모두 찾아 표현하여 음악을

자꾸만 듣고 싶게끔 만들어줍니다. 클리너는 결국 LP의 가장 기본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마지막 점을 찍었습니다.

30대에 만나 60을 바라보기까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오디오에

관한 모든 것을 저희한테 맡기시고 또 구입하셨습니다. 최우수 고객입니다. 그래서

C님의 오디오 모든 걸 압니다. 지면을 통해서 차마 얘기 못할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습니다.

​예전 말에 그 집 젓가락 숫자까지 다 안다는 말처럼 오랜 세월 知音이 되었으니 고맙고도 고마울 일입니다.

C님께 감사드리고 주변의 충동꾼들(?)께 감사드리며 더불어 오디오로 맺은 인연이라

오디오에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더 많이, 더 재미나게 들으시고 음악으로

더욱더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10년 주기로 이런 큰 변화를 4번만 더 추구하시기 바랍니다.

​행복한 오디오파일 C님!!!!

PS.

점방에 반짝반짝 빛나는 포노앰프(이하 반빛포노)가 들어왔습니다.

괜찮은 포노앰프로 시연하는데 반빛포노로 들으니 또 다른 신세계가 펼쳐집니다.

정말 어렵게 나온 것이라 전체적인 레벨에서 좀 빠진 C님의 포노가 생각나 전화했더니

“몰라몰라.... 빨리 파세요!” 그러셨는데, 이게 쉽게 나가는 것이 아니지요 뭐.

 임자는 따로 있으니까요. 

마침 오디오 도반들(이분들이 충동꾼들입니다)과 모임이 있어서 시청해보고는

다들 반빛포노의 성능에 놀랐습니다. 그리고는 모두 C님 쪽으로 눈빛이 향해서........

결국 들이셨습니다. 아니 안들이고는 못 배기도록 반빛포노는 정말 반짝반짝 소리를

만들어주더군요. 반빛포노, 그 이름은 FM Acoustics입니다.

​

정말 마지막 점을 찍었습니다. 마지막 점을............